안녕하세요. 저는 칵테일 생존 전문가 강보한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제가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글을쓰고 있습니다. 왜 3등을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 출품작은 블러디 메리였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그분을 떠올리며 마십니다. 만들기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가게 메뉴판에 있다고 일단 시키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잘하는 집이 얼마 없습니다. 저도 잘하는 집이 아니었습니다. 씁쓸합니다. 야생의 칵테일은 모두 거칠고 험난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칵테일과 싸워 살아남는 법을 알려드릴까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도입니다. 술이 달수록 간이힘들어서 빨리 정신을 잃습니다. 먼저 칵테일을 혀끝에 적십니다. 달지 않다면 여러분의 생존확률은 높아집니다. 안타깝게도 이 술은 매우 달고 맛있습니다.

칵테일이 달수록 놈들의 위장술은 기만적으로 변합니다. 무지개빛 색색에 보석처럼 예쁘고 영롱합니다. 

흠, 여담이지만 저는 야생의 유스호스텔에서 거칠고 잔인하기로 이름 높은 러시아 형님들을 만난 적이 있었죠. 그들은 보드카와 함께 슈가 드랍 이란 것을 권했습니다. 잘익은 오렌지와 레몬 한쪽을 설탕에 듬뿍 묻혀서 한잔에 하나씩 먹는 거였죠. 그때 저는 어쩔 수 없이 네발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사설이 길었군요. 이제 첫번째 칵테일을 해치웠어요! 이제 150도 짜리 칵테일을 달라고 해보겠습니다. 데드/좀비/뇌출혈 등등 흉측한 이름이 나열됩니다. 당황하지 말고, 어깨를 들고 몸을 크게 부풀린 후에 칵테일과 눈을 마주치세요. 놈의 기선을 제압하는게 중요합니다.

곧 바텐더가 칵테일의 몸에 불을 붙일텐데, 알코올이 절반까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득이죠! 만약(이것은 정말 만약이지만) 바텐더가 100도가 넘어요? 라고 한다면 심각한 일입니다.

그때는 주저없이 저쪽에 앉은 신사분께 데드 한잔! 이라고 말한 후 계산하고 나오시면 되겠습니다. 알코올함량 100%가 200도입니다. 휴, 이제야 좀 쉴 수 있겠군요. 거친 하루였습니다. 이럴때면 저는 왜 제가 칵테일 생존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겉멋 때문이죠.

/경인일보 편집부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